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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무덤>속 임마누엘과 <세월호>의 임마누엘 - 이계정 세라피나 -

 

   얼마전 독서동아리에서 이런저런 나눔을 하던 중, 최양업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에서 125위의 시복시성을 기원했었는데, 최양업 신부님이 순교가 아닌 병사(病死)라서 시복 대상에서 빠지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복 되시려면 기적이 인정되야 한다고 어느 자매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문득, 초등학생인 큰 딸아이의 동급생이 떠올랐다. 지난달에 그 아이가 뇌종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독서동아리모임 전날 저녁 딸아이가 말하길 종양의 부위가 수술을 할 수 없는 부위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자식가진 부모로써 너무도 가슴이 아팠었다. 그 날 최양업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만약 주님께서 그 분의 시복을 허락하시고자 기적을 베푸신다면 이 아이에게 베풀어 주시길 청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최양업 신부님께 전구를 청하기 위해, 남편에게 성지순례를 가자고 갑자기 말을 건냈다. 가끔 엉뚱한 일을 벌이는 나를 남편은 이해해 주었고, 큰애 학교에는 목,금요일에 수업을 빠지겠다고 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 했다. 그런데 성지순례를 하루 앞두고 세월호 침몰의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학생 전원이 구조되었다고 하길래 안심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수백 명이 배안에 갇혔다는 것이다. 출발하기로 한 17일 목요일 오전, 너무도 큰 사고 앞에서..이 마당에 어딜 갈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관광 목적의 여행이 아닌, 지향을 염두에 둔 성지순례였기에 오후가 되어서야 계획대로 배티성지를 향해 길을 나섰다. 예수님께서 수난을 앞두신 이즈음..지상에서도 이런 슬픈 일이 생기다니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금요일 오전 가족과 박물관에 들렀다가, 최양업 신부님이 세우신 성당이자 최초의 신학교였다는 자그마한 초갓집에 들어가 딸아이와 함께 그 분께 전구를 청하였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뇌종양에 걸린 그 아이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도록 하느님께 빌어 달라고. 또 주님께서 하고자 하신다면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

   순교성지에서 보낸 시간은 뜻 깊은 여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본당을 그리워 하면서 성금요일과 부활성야를 보냈다. 다음날 오전 돌아갈 채비를 대충 해 놓고선, 부활대축일 미사를 지내기 위해 배티성지내의 성당으로 갔다. 그날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이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미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성당에서 나누어준 검은 리본을 달고 있었다오늘은 대축일 미사인 동시에 위령미사로 지내겠다고 신부님은 말씀 하셨다. 미사가 시작되고, 신부님께서 "하늘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하시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다. 앞에 앉은 분의 등 뒤에 숨어서는 손수건으로 눈을 감싸고, 내 스스로도 왜 우는지 영문을 모른채, 대영광송이 끝날때까지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나서는 계속 얼굴을 숙인채 미사를 드리고 있는데, '여러분은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하는 말씀이 들려왔고 내 마음속은 환한 빛이 비추이는 듯 했다. 잠시 후 알렐루야가 울려 퍼졌고,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하는 복음을 듣는데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이 있었다. 이 복음은 마치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로 내 귀에 들리는 것이다.

'어두울 때...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돌이 치워져 있었다...그 여자는 말하였다.누가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이 상황은 마치, 아침에 인터넷 뉴스에서 본 세월호의 상황과 비슷했다. 며칠간 속수무책이다가 처음으로 선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그 날 아침에 봤는데, 돌이 치워진 빈무덤에서, 사랑하는 이를 찾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복음속 여인의 모습은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에 오버랩됐다. 복음과 현실이 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는 상황이 우연치고는 참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며 듣고 있다가, 이 상황이 예수님이 부활하신 이후의 장면 이라는것을 깨닫고는 세월호의 희생자들도 예수님처럼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24일 목요일, 저녁미사에 갔는데, 주보에 올릴 글을 제출해야 할 기한이 금요일 오전까지라고 독서동아리 회장님이 알려주셨다. 밤에 아이들을 재우고 노트북을 켰다. 무슨 글을 써야 하나. 선뜻 주제가 잡히지 않아 인터넷창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아침부터 바깥에서 일을 보느라 궁금했던 세월호의 소식부터 네이버에서 검색해봤다. 그런데 기사중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혹시 묵주요. 팔목에 묵주는 없어요?" 영안실 앞에 선 어머니의 말이었다. 묵주.....!! 수백 명 중 천주교 신자가 없는 것이 이상한 일이겠지만, 그 묵주라는 단어에서 나도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부모님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고, 그 여드름 많은 학생은 신부가 되고 싶었다 한다. 세레명은 임마누엘.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임마누엘은 예수님을 뜻한다고 그 기사는 설명하고 있었다.

 

  죽은 순교자들과 살아있는 순례객들의 만남. 나의 기도를 통해서 만난 투병중인 여덟살 아이와 순교자 부활과 죽음이 하나였던 부활대축일 미사. 지난 성 주간 부터 오늘까지..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마치, 하느님나라와 이 세상이 맞닿아 있는것 같은 생각이 든다. 비록 육신은 세상에 있지만,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속한 사람이라는 말씀이 이런 것일까? 돌무덤 속에 갇혔던 <임마누엘>과 세월호의 <임마누엘>. 우리를 지으신 분이 계시는 그곳에서친구들과 함께 웃고 있을 두 얼굴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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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14.04.25 12:53
    자매님의 글을 읽는 내내 울컥,울컥 눈물이 올라옵니다..
    딸의 친구의 영육간의 건강과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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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관(시몬) 2014.04.26 15:34
    자매님 예수님께서도 병자들을 고치실때 항상 말씀하셨어요 네믿음이 너를 구하였다 아마 자매님의 간절한 바램과 치유해주실거라는 믿음이 뇌종양그학생을 치유의 기적으로 일으켜 주실거예요 이름만이라도 올려주시면 100단기도 바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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