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국가기관의 대선 불법개입을 규탄하는 시국미사가
2014년 1월 27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고현본당에서 열렸습니다.
사제 70여분과 수도자들, 500여명의 평신도와 취재진들이 참석하여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건설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성명서
"세상의 통치자들아, 정의를 사랑하여라" (지혜 1,1)
교회의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고 보여주신 '하느님 나라'를 이 땅 위에서부터 건설해 나가는 데에 있다. 하느님 나라는 곧 '정의'와 '평화'의 나라이다. 예언자들도 끊임없이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 강물처럼 흐르는 평화를 외쳐왔다. 하느님의 백성은 불신앙과 탐욕의 지속적인 유혹을 받아 왔고 때로는 죄악 속에 매몰되어 하느님의 심판을 받기도 하였지만, 예언자들의 선포가 있었기에 회개하고 멸망을 피하기도 하였다.
2000년 역사 안에서 교회는 세상 통치자들과 애증의 관계를 반복하여 왔다. 때로는 권력과 친밀한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권력의 타락과 부정에 저항하여왔다. 한국교회도 초창기부터 조정의 탄압과 박해로 권력자들과 적대적 관계에 있었지만, 신앙인들은 희생을 감내하며 순교의 월계관을 받아썼다. 건국 이래 민주주의 역사 안에서도 천주교회는 자유, 평등, 인권의 가치가 인간에 대한 존중과 봉사라는 점에서 복음정신에 부합한다고 여기고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헌신해 왔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민의 자유는 억압되고, 평등은 멀어진 지 오래며, 인간의 기본권마저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는 국가정보원을 위시한 국가기관들이 전방위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명백한 관권 부정선거이다. 이러한 부정선거는 민주주의 가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헌정질서 파괴행위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의 이유로 대통령이 책임 있게 사퇴하기를 촉구한다.
첫째, 지난 대통령 선거 자체가 부정선거였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문제는 가히 충격적이다. 댓글 70여개로 겨우 수사를 시작한 국정원 선거개입문제는 트윗글 2000만개까지 현재 발견이 되었고, 그마저도 주요 포털 사이트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국민 여론을 매도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인가. 또한, 국정원 뿐 아니라, 여러 주요 국가기관, 심지어 군대까지 동원되어 선거 정국을 흐렸으니, 관권선거도 이런 관권선거가 또 어디 있겠는가. 지난 대선은 그 자체로 부정선거이고 원천무효이다. 한갓 운동선수도 부정이 드러나면 수상이 박탈된다. 하물며 국가의 최고통치자인 대통령 선거라면 얼마나 공정해야 하는가. 부정이 드러난 판국에, 자진하여 즉시 물러남이 마땅하다.
둘째, 민주주의 가치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장악된 언론을 통하여 나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전해지지 못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가공되고 왜곡되어 보도되고 있으므로 국민들이 여러 사안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하고 있으며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가 심대히 침해받고 있다.
셋째, 대통령이 제시한 주요 선거공약들이 이미 폐기 내지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복지 공약들과 경제민주화, 지자체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 남북 평화를 위한 한반도 프로세스 등의 공약들은 시도조차 되지 않거나 원래 약속의 취지와 상관없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표 도둑질이다.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든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든 절대다수의 국민은 지난 선거에 대하여 배신감과 상실감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의가 무너진 것에 상심한 신앙인들과 선의의 시민들에게 위로를 보내며, 다시 한 번 더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다.
2014년 1월 27일
천주교 정의구현 마산교구 사제단